낭떠러지에 관하여
[눅4:29]
일어나 동네 밖으로 쫓아내어
그 동네가 건설된 산 낭떠러지까지 끌고 가서
밀쳐 내리치고자 하되
예수는 낭떠러지까지 끌려가셨다,
아니, 그냥 스스로 가셨음이 옳다,
바로 그 절망에 서서, 그 절망을 뚫고 나오셨다,
세상이 다 밀쳐 내리치고자 하되,
그 밀쳐냄을 피하지 않고, 낭떠러지에서 다 받아내셨다,
이제 나는 그 낭떠러지로 끌려간다,
예수는 스스로 가셨지만, 우리는 인생인지라 다만 끌려간다,
그 절망, 그 제로(zero) 한 복판에, 나는 기꺼이 그래도 선다,
그 제로에 설 용기가 없고서는,
하늘을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,
나는 또 모세처럼 바울처럼 광야로 끌려간다,
나는 또 엘리야처럼 그릿 시냇가로 끌려간다,
나는 또 바울처럼 저 바다 침몰 속으로 끌려간다,
나는 또 더 이상 길이 없는 홍해 앞에 붙잡혀 선다,
나는 또 더 이상 물이 없는 반석 앞에 붙잡혀 선다,
이것이 아니고서는, 하늘을 열 길이 없기 때문이다,
이것이 아니고서는, 여호와의 대사를 맞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,
이것이 아니고서는, 이 나라를 회복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,
이것이 아니고서는, 나는 감히 목사조차도 아니기 때문이다,
이것이 다만 마라나타의 살 길이기 때문이다,
나는 낭떠러지로 간다,
나는 그 벼랑, 그 절벽, 그 제로로 간다,
몇번이나 겪어온 세월이지만, 여전히 두렵다,
두렵지만, 휘파람불며 간다, 눈물찬송 부르며 간다,
겟세마네 기도, 그 갈보리,
단양을 위해,
그리고, 단양을 넘어, 저 백두를 바라보며,
그리고 저 우루무치까지 넘어, 이슬람을 바라보며,
마침내 저 미스바에, 마라나타, 다윗의 별을 통으로 던지며,
하늘이시여,
아들아,
지구라는 이 작은 행성은,
아들아, 너의 품 안에 있단다,
너와, 너희들이 능히 품어줄 수 있단다,
하늘이시여, 나의 통곡이시여,